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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와 권위주의
 
박우훈 기자
 
우리 국민처럼 권위주의 의식 속에서 살아가는 국민도 드물 것이다.

권위주의의 근원은 권위의 뿌리에서 파생되는 것이 아니라, 허영과 교만에서 비롯되는 자기를 내세우기 위한 행동양식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권위주의는 사회의 불신과 계층 간의 갈등을 낳을 뿐만 아니라, 위화감을 조성하여 사회분쟁의 요인이 된다. “내가 과거에 장관을 지냈는데 지금 그런 일을 할 수 있는가?”


또는 “저 분은 사회적 지위가 높으니까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하며, 설사 법을 어기더라도 감히 제재를 가할 수 있겠는가?” 하는 식으로 생각이라든지, “체면상 마지못해 그렇게 했다”든지 등등의 이러한 인식은 우리 생활 속에 오랫동안 너무나 깊이 심화 되어 있어 쉽게 타파할 수 없는 상태로 체질화 된 것 같다.

이러한 권위주의는 사회 속에 권위가 무너지면 더욱 팽배하게 되는 것이다.

6,7공화국은 권의주의의 청산을 주창하고, 보통사람들의 위대한 사회건설을 이루고자 하였다. 그러나 권위의 권위주의에 대한 인식의 혼돈으로 인하여 확립되어야 할 권위는 허물어지고 오히려 권위주의는 더욱 활개를 치게 되고, 사회 전반에 걸쳐 사치와 과소비 현상, 사회 준법질서 파괴라는 간접적인 요인까지 만들어 내고 있다. 권위주의는 지금 우리 사회의 크나큰 불안과 나태를 낳은 요인으로 등장 하였다.

몇 해 전 이야기이다.

여행 중 홍콩을 방문하여 프라마 호텔에서 머문 적이 있다. 마치 이 호텔에 한국의 자칭 재벌이란 모기업의 회장이 스위트룸에 머물고 있었다. 그러나 실상 그 기업은 옛날의 영광은 찾아 볼 수 없고 이미 종이호랑이에 불과한 도산 일보직전의 회사였다.

마침 이 회사의 홍콩지사장을 맡고 있는 사람이 친구인 관계로 홍콩에 들리면 가끔 만나서 정보교환을 하곤 하였다. 이날도 그 친구는 회장도 뵐 겸 이 호텔에 온 김에 나에게 들려서는 푸념 아닌 고민을 털어 놓았다.

“자기네 회장은 권위주의 신봉자이기 때문에 이 호텔에 머무는 동안 잘 못 처신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어 보통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면서, “이 호텔 사장이 뭐가 답답하여 한국의 다 쓰러져가는 기업 회장에게 찾아와서 인사를 하겠느냐?, 더구나 이 호텔 사장은 여러 개의 기업을 가지고 있는데, 그 바쁜 일정을 무시하고 일부러 여기에 오겠느냐?”는 것 이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 친구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이 무릎을 치며 나에게 그의 생각을 이야기 하는 것 이었다. 그 내용인즉, “자기네 회장이 어찌 이 호텔 사장의 얼굴을 알겠는가?” 그러니 “누구든 그럴듯하게 차린 외국 사람을 데리고 가서 인사만 시키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 이였다.

그래서 그 친구와 나는 건물 힐 탑에 있는 라운지에 가서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 중 나이가 지긋하고 풍채 좋은 중년층의 한 사람을 불러서 사정을 이야기 했다. 처음 그는 거절했지만 사정사정하여 겨우 동의를 구해 놓았는데, 사장처럼 차려 입을 만한 옷이 없다는 것 이였다. 그래서 또 옷을 빌리는데 사이즈가 맞지 않아 애를 먹었다.

50$를 주고 빌린 옷은 조금 헐렁했지만 언뜻 보면 그럴듯하였다. 신발을 윤이 나도록 닦고 빌린 옷을 입혔더니, 어디 내놔도 사장으로서 손색이 없는 외모였다. 그래서 호텔 벨 보이 두 명을 10$ 씩 주고 부탁하여 이 사람을 회장 방으로 데리고 가서 이 호텔 사장이라고 소개하도록 하였다. 성공적으로 작전을 완료한 뒤 그 사장 역할을 한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사례금으로 100$를 후사하였으니 작전비용으로 모두 170$ 이 소요 되었다.

단 10초 동안 한국에서오신 회장님 체면을 위해 170$ 을 낭비한 것이다.

기분 좋게 한국에 돌아간 그 회장은 홍콩지사장의 영전을 지시하여 그 친구는 계열 전자회사 이사로 발령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그 기업은 얼마 후 도산이 되어 문을 닫고 말았다. 그 회장은 아직도 권위주의에 휩싸여 넓고 다양한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권위란 조직의 체제나 질서 유지에 필요한 의식 형태를 형성한다.

그러나 이러한 귄위는 진실과 인격, 그리고 봉사와 존경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지 의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늘 우리 사회 속에 깊이 뿌리 내려져 있는 권위의식은 허영과 불신으로 만들어진 위엄을 의미하는 것이다. 권위주의를 청산하려다 권위를 일어버리는 누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기사입력: 2012/10/22 [10:22]  최종편집: ⓒ 전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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